저의 투자 방식은 지독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매달 미국 S&P 500 지수추종 ETF를 기계적으로 사 모으는 게 전부입니다. 종목을 고르지 않고, 뉴스를 보며 사고팔지 않고, 그냥 날짜가 되면 삽니다.
그런데 최근 노후 대비 투자 시장에서 국룰처럼 떠오르는 미국 배당성장 ETF의 대명사, SCHD(슈드)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유튜브를 틀면 슈드, 블로그를 열면 슈드, 재테크 커뮤니티에 가면 슈드. ‘S&P 500도 좋지만 SCHD 배당금이 답’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흘려들었습니다. 이미 검증된 엔진이 있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상품이 계속 언급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P 500이라는 완벽한 엔진을 두고도 왜 다들 이 상품을 외치는지, 우리 집 가계부 시스템에도 들여놓을 가치가 있는지 치열하게 예습해 본 공부 노트를 공유합니다.
1. S&P 500 올인 유저가 SCHD 배당금에 눈길이 간 현실적 이유
S&P 500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미국의 상위 500개 기업에 분산 투자하고, 시장이 우상향하는 힘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연평균 10% 안팎의 수익률을 보여왔고, 장기 투자자에게 이보다 검증된 방식은 없다는 게 저희 부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퇴 이후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구조적 문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S&P 500은 자산의 덩치를 키우는 데는 최고지만, 실제로 생활비로 쓰려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달 생활비가 필요한 시점에 일부를 매도해서 현금화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그 시점에 시장이 폭락해 있으면 손실을 확정하며 팔아야 한다는 리스크가 생깁니다.
은퇴 직후에 큰 조정장이 오면 자산이 회복되기도 전에 생활비로 팔아 치우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이것을 ‘수익률 순서 리스크(Sequence of Returns Risk)’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반면 SCHD 배당금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슈드는 미국의 배당 우량주 100개를 담은 ETF로, 보유만 하고 있으면 분기마다 통장에 배당금이 입금됩니다. 주식을 단 한 주도 팔지 않아도 현금 흐름이 생기는 것입니다.
시장이 폭락하는 날에도 기업들이 배당을 유지한다면 생활비는 그대로 들어옵니다.
슈드 배당률은 최근 기준으로 연 3~4%대를 유지하고 있고, 슈드에 편입된 기업들은 10년 이상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배당성장 기업들이라 배당금 자체가 매년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은퇴 후 생활비를 팔지 않고 받는다는 개념이 S&P 500 단일 포트폴리오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정확히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2. S&P500 SCHD 비교, 숫자의 복리가 보여준 뜻밖의 반전
공부하는 사람의 본능대로 엑셀을 켰습니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S&P 500과 슈드의 가장 단순한 수익률 비교부터 시작했습니다. 2012년 슈드 출시 이후 약 10년간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총수익률(배당 재투자 포함)에서는 S&P 500이 우세합니다.
기술주 중심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진 시기였으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슈드가 열등한 상품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비교 조건을 조금 바꾸자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자산 축적기’가 아닌 ‘자산 인출기’로 조건을 바꿔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 자산이 1억 원인 상태에서 매달 30만 원씩 인출해 생활비로 쓰는 시나리오입니다.
S&P 500 포트폴리오는 매달 일부를 매도해서 현금을 만드는 방식이고, 슈드 포트폴리오는 SCHD 배당금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인출 시작 시점에 30~40% 폭락장이 겹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넣자,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S&P 500은 회복되기 전에 팔아치우는 물량이 쌓이면서 자산이 빠르게 소진됐고, 슈드는 주가가 내려도 배당이 유지되는 동안 원금 훼손 없이 현금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S&P500 SCHD 비교에서 제가 도달한 결론은 ‘어느 쪽이 더 우월하냐’가 아니었습니다. 두 상품은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는 것이었습니다.
S&P 500은 자산을 불리는 데 최적화돼 있고, 슈드는 불린 자산을 팔지 않고 쓸 수 있게 해주는 현금흐름 엔진입니다. 자산 축적기에는 S&P 500, 자산 인출기에는 슈드라는 역할 분담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배당성장의 복리 효과까지 더하면, 지금 당장 슈드 배당률이 3%대로 보잘것없어 보여도 10년, 20년 뒤에는 내가 투자한 원금 대비 배당률(Yield on Cost)이 훨씬 높아진다는 계산도 나왔습니다.
SCHD 배당금이 매년 평균 10% 안팎으로 성장해 온 과거 데이터를 적용하면, 지금 넣은 돈의 실질 배당 수익률은 15년 뒤 원금 대비 10%를 훌쩍 넘게 됩니다.
3. SCHD 장기투자, 우리 집 노후 포트폴리오의 최종 판정
치열한 공부 끝에 저희 부부가 내린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당장 S&P 500을 팔고 슈드로 갈아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저희는 지금 은퇴까지 20년이 넘게 남은 자산 축적기에 있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의 총량을 키우는 것이고, 그 역할은 S&P 500이 더 잘합니다.
지금 당장 배당금을 받는 것보다 복리로 자산을 불려 나중에 더 큰 배당 기반을 만드는 것이 수학적으로 유리합니다. 투자 목적과 시기에 맞는 도구를 써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SCHD 장기투자는 저희 포트폴리오에서 ‘예정된 미래’가 됐습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은퇴 시점이 5~7년 앞으로 다가오면, S&P 500 비중을 조금씩 줄이면서 연금계좌 SCHD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합니다.
연금계좌 안에서 슈드를 운용하면 배당소득세 과세 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세금을 아끼면서 SCHD 배당금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같은 한국판 슈드)
그리고 실제 은퇴 시점에는 S&P 500이 만들어준 두툼한 자산 위에 슈드의 배당 파이프라인이 생활비를 공급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S&P 500이 덩치를 키웠다면, 슈드는 그 덩치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생활비를 뽑아주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SCHD 배당금에 대한 공부는 결국 저희에게 ‘지금 당장 무언가를 바꿔야겠다’는 결론이 아니라, ‘나중에 어떻게 쓸지도 미리 설계해 두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안겨줬습니다.
돈을 모으는 전략과 돈을 쓰는 전략은 다릅니다. 두 가지 모두를 미리 그려두는 것이 진짜 노후 대비 투자의 완성이라는 것을, 슈드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단순한 투자자가 조금 더 입체적인 투자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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