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형성 계획, 빚 청산 후 마주한 4가지 노후 실탄 포트폴리오

대출 상환 계획을 세우고, 신용카드를 자른 지 어느덧 2년이 흘렀습니다.

숨만 쉬어도 새어나가던 돈 구멍들을 막고 나니, 통장에는 비로소 ‘진짜 우리 돈’이 남기 시작했는데요. 드디어 방어전을 끝내고 공수 교대를 할 시간이 온 것입니다.

오늘은 늦깎이 노후 준비를 시작한 저희 부부가 앞으로 20년을 내다보며 세운 단단한 자산 형성 계획과, 우리 집 노후를 책임질 4가지 핵심 포트폴리오의 예고편을 공유하려 합니다.

빚을 다 갚고 나서 느낀 첫 번째 감정은 안도가 아니었습니다. 허기였습니다. 그동안 구멍 막기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돈을 불리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조급함이 밀려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다시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빚 목록을 적는 게 아니라, 앞으로 우리 돈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그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방어만 하는 팀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이제는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공격의 판을 짤 차례였습니다.



1. 자산 형성 계획의 공격 축: 흔들리지 않는 메인 엔진과 절세 방패 구축하기

자산 형성 계획을 짜면서 저희 부부가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어디에 투자할까”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철학으로 투자할까”였습니다.

개별 종목을 고르고, 뉴스를 보며 사고팔고, 차트를 들여다보는 방식은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저희에게는 그럴 시간도, 그럴 전문성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 방식으로 일관되게 수익을 낸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검증된 시장의 우상향에 그냥 올라타는 것.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넣는 방식입니다.

개별 기업이 망해도, 어느 해에 폭락이 와도, 지수 자체는 역사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해 왔습니다. 저희의 20년 노후 자금을 굴릴 메인 엔진으로 이보다 적합한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오래 버티고 가장 많이 가져다준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세금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다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저희가 S&P 500 투자의 짝꿍으로 선택한 것이 ISA, 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입니다.

정부가 합법적으로 허용해 준 절세 그릇인데, 이 안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일정 한도까지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ETF를 사더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세후 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저희는 S&P 500 ETF를 ISA 안에서 굴리는 구조를 메인 엔진으로 설계했습니다. 왜 하필 S&P 500인지, ISA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굴리는지는 다음 글에서 아주 상세하게 풀어내겠습니다.

2. 자산 형성 계획의 수비 축: 국가가 주는 기회와 잠든 퇴직연금 깨우기

S&P 500과 ISA가 저희 자산 형성 계획의 공격 축이라면, 나머지 두 가지는 국가가 깔아준 판 위에서 혜택을 최대한 뽑아내는 수비 축입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입니다. 노후 소득의 가장 밑바닥을 받쳐주는 뼈대이지만, 저희 부부는 그동안 이것을 그냥 ‘알아서 빠져나가는 돈’ 정도로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면서 ‘국민연금 추후납부’, 즉 추납이라는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과거에 경력 단절이나 지역 가입자 유예 등의 이유로 납부하지 못한 기간이 있다면, 그 공백 기간치 보험료를 지금 채워 넣어 미래 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저는 퇴사 후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그 기간을 추납으로 메우면 매달 받을 연금 수령액이 의미 있게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한 번에 목돈을 내기 부담스러우면 분할 납부도 가능합니다. 국가가 보장하는 종신 연금을 더 두툼하게 만드는 치트키였습니다.

두 번째는 DC형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회사가 매달 적립해 주지만, 운용은 본인이 결정하는 계좌입니다.

저희는 이 계좌를 수년째 방치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잔액 전부가 원리금 보장 상품, 즉 사실상 금리 1~2%대 예금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구조였습니다.

저희는 이 잠든 돈을 꺼내 지수추종 ETF로 리밸런싱했습니다. 연금 계좌 안에서 ETF를 사면 과세 이연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세금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퇴직연금 계좌를 직접 통제하기 시작한 날, 비로소 이 돈도 제 자산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추납을 신청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DC계좌를 직접 리밸런싱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곧 이어지는 글에서 낱낱이 공유하겠습니다.

3. 자산 형성 계획: 시스템이 일하게 하라

S&P 500 ETF, ISA, 국민연금 추납, DC형 퇴직연금. 이 네 가지를 처음 나열했을 때는 각각 따로 노는 점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깊이 들여다볼수록 이것들은 하나의 그림이었습니다.

세금을 아끼며 지수에 올라타고(S&P 500 + ISA), 국가가 보장하는 기반을 두텁게 쌓고(국민연금 추납), 회사가 만들어준 판에서 직접 수익률을 끌어올린다(DC계좌 리밸런싱).

공격과 수비가 맞물린, 저희 부부만의 완결된 자산 형성 계획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매달 차트를 보며 사고팔지 않아도 됩니다. 시장이 무너지는 날에도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판단이 아니라 규칙이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가 2년 동안 빚을 갚으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의지에 기대는 계획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시스템에 기대는 계획은 계속 작동합니다.

2년 전, 엑셀에 찍힌 마이너스 숫자 앞에서 말없이 앉아 있던 저희 부부가 이제는 매달 자산 현황표를 열면서 미소 짓습니다. 숫자가 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방향이 맞고,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세운 자산 형성 계획의 본질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 4가지 무기를 하나씩 어떻게 장전하고, 실제로 어떻게 운용했는지를 아주 솔직하고 상세하게 연재합니다. 숫자도 그대로, 실패도 그대로, 배운 것도 그대로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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